에블린's daily/나의 작은 도서관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 해체된 내 집중력에 대면하는 자세

zendyne 2025. 5. 15. 21:12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을 때 쯤 마침 나의 마음도 바쁜 터라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갖고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3분마다 전환하는 작업들,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싶은 SNS, 좋아요를 누르며 하루에 몇 번이고 들락날락하는 나의 모습, 자극적인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쇼츠와 릴스를 무념무상으로 넘기는 나의 일상이 집중력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환기시킬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수면부족과 과잉 노동시간이다. 우리는 8시간을 일하지만 휴게시간 포함 회사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직장을 위해 사용한다. 업무시간 내내 상사의 눈치에 퇴근하면 긴장된 몸과 정신을 쉬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는 책에 내용에 여실히 공감했고, 직장에서 틈틈히 쉴 수 있는 생활을 한다는 것은 최근들어 가장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바쁘지 않을때 휴게실에 가서 또는 그냥 자리에서 담아둔 장바구니 결제를하고, 은행업무도 보고, 개인적인 급한 볼일을 쳐낸다던가, 잠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행복이자 다시 업무에 재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긴장한 몸을 이끌고 피로가 넘친채로 집에가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그 생활에선 내 사적인 시간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한국 서적이 아닌데도 한국노동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인 것 같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과 야근에 대한 문제가 극심하다는 반증이겠지? 해외 작가가 말하는 주 4일제라니 반가웠다.

밤에 자는 것이 아까워 늦게 잠을 청하면서 우리는, 나는 서서히 집중력을 잃어간다. 우리는 가족의 기념일, 여행, 취미활동, 자기계발, 친구들과의 약속, 모임, 경조사 등 정말 일상에서 정말 많은 사회적인 일들을 해내는 삶을 산다. 평일에 제대로 쉬지 못한 뒤에 맞이하는 바쁜 주말은 사람을 더 조급하게하고, 내 인생을 내가 살아가는게 아니라 답도없이 누군지도 모를 것이 나를 쫓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근데 이제 실체는 없는!

어쨌든 최근에 나도 잠시 일상을 단순화했다. 신기한 건 어느정도 단순화한 지금의 생활도 꽤나 바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짓수를 줄이니 확실히 하나 하나에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단순화된 삶이 조금은 무료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을 하니 오히려 훨씬 개운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중이다. 처음에는 손에 쥔 모래알을 계속해서 놓치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것을 느꼈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스스로 일상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내 집중도가 100이라면 이걸 한순간에 분산해서 쓰려고 하니 무엇을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예를들어 내가 세 가지 일을 같이 하면 100, 100, 100 도합 300의 집중도를 발현하는 멋쟁이 집중도의 신! 뭐 이런 모든 것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각각 33.3도 안되고 오히려 27, 25, 도합 100조차도 되지 못하는 얄팍하게 새어 나가는 모래알갱이였던 것이다!

마음이 조급한 지 오래되었는다는 것을 일상을 단순화 하니까 더 느껴지고 있다. 나는 사실 욕심쟁이였나보다. 모든 것에 다 집중하려고 했지만 나는 모든 것을 아주 얄팍하게나마 이해했을 뿐 각각의 일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집중력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집중력을 서서히 빼앗긴다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달라진 스스로의 모습과 예전의 나를 그려보며 '예전에는 안그랬었던 것 같은데'로 자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에 나는 모든걸 다 잃을 것 같았다.

이것저것 줄여보니 이제 심심하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착 가라앉아 적막이 감도는 내 뇌는 이제 여러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되는데. 같이 켜놓을까? 아 이것도 해야지 참. 했을때 그걸 다 실행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들과 SNS를 줄인 지금 나는 이 심심한 뇌가 훨씬 편안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살 것 같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이것 저것 해야된다는 조급함이 사라졌고, 기계적으로 알트 탭을누르며 전환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무엇인가 한가지를 심심하게(?), 길게 쳐다볼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나는 뇌에서 생각한대로 계속 스위치를 껐다 켜면서 작업을 전환할 수 있는 컴퓨터가 좋았는데 오히려 이것이 나에게 더욱 더 조급함을 가져다주는 원인이 됐던 것 같기도 하다. 막상 내가 빠른속도로 전환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다보면 내가 뭘하려고 했었지? 하고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넘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좀 쉬어보자~ 했던 찰나에 마침 이 책을 만나 내 뇌와 내 일상을 돌볼 수 있어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나에겐 각성제보단 무언가를 안하는 상태와 놀기,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고 바쁜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아주 좋은 책이다.

아 그리고 생각보다 뇌에서 이거해야지 저거해야지 하는데 내 몸이 실행하는 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조급함이 더 큰 것 같고 이런 조급함이 만드는 빨리빨리 사고가 좀 심해진 것 같은데 요새는 그게 좀 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뭐 해봤자 뇌의 생각 속도만큼 빠를 수 있겠나...6시에 집 와서 기필코!! 독후감 쓰고 게임을 해야지!!! 했는데 지금 시간이 벌써 3시간이 지났다....